“너희가 죄와 싸우되 아직 피 흘리기까지는 대항치 아니하고”(히브리서 12:4)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싸워야 하는 걸까..
32년 동안 나, 나에만 초점을 맞춰두고 온 나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격하게 투정도 부려봤지만 매년 똑같은 히브리서 말씀만 주시는 걸까?
나도 이요나 목사님처럼 아니면 어떠한 형제들처럼 음성이 들리고,
성령이 내 몸을 관통하여 흘리는 은혜를 왜 경험하지 못하는 걸까?
기적이란 게 있으면 나에게 좀 찾아와 줬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믿지 않는 아빠에게 역사하여 권위를 세우신다면..
엄마 이 말을 내가 몇 번째 하는지 몰라..
엄마 앞에서는 다 핑곗거리로 들릴 만큼
엄마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들..
나의 엄마가 되어 줘서 고맙다는 말조차도
거짓말처럼 들려버리는 나의 인생을 감당해줘서 고맙다는 말밖에 안 나와..
처음에 편지를 썼을 땐 스스로가 죄를 고백한다며 썼지만
결국 쓴 뿌리에 걸어 넘어져 버린 것 같더라고,
결국엔 내 죄를 합리화하기 위해 아빠를 방패막이로 쓴 것 밖에 안되는..
더 분노하고 더 외면하고...
지난날 동생한테 형은 뭐 하는 사람이냐며
엄마를 왜 지켜주지 못하느냐며
4살이나 어린 동생한테 한심 어린 눈치를 받으며 술집에 앉아있는 것도
너무나 견디기 힘들더라고..
언제부터라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길어버린 나의 문제들이라서
다시 돌아가기에도 너무나도 먼 거리라서
엄마한테 이제 와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하게 돼..
나만큼 엄마 편을 들어준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더라고요,
결국엔 엄마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나님은 왜 역사해주시지 않을까..
왜 도대체 나에겐 남들은 잘 들리는 예언의 말씀은 주시질 않을까?
다시 이요나 목사님을 찾아뵈었을 땐 동성애만 문제였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은 쓴 뿌리에 주변 사람들이 넘어져 버렸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어..
너무 늦은 걸까?
엄마의 우울한 마음을,
나의 미안하다는 말로 덮어버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까?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나름대로 나는 내 인생에서 지독하게 싸워온 것 같은데
결국 제자리인 것 같았어...
동성애를 이겨내려고 하면 게임이 오고
또 하나의 우상이 치워지면 핸드폰이 오고
멸망을 위해 끈질기게 달려가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교회를 6년 동안 다니다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1년간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서 완악했던 내 마음을
엄마가 어떻게 견뎌 줬을까라는 생각도,
이제 와서 드는 나의 철없는 행동을 용서해요 엄마..
정말 이상하리 만큼 하나님이 신호를 주셔서
내가 이요나 목사님과 갈보리채플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서
조금씩 나의 초점들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뻐 엄마,
무엇보다 엄마와 이런 편지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기뻐.
마치 탕자가 제집에 돌아온 것처럼..
내가 편지를 쓰면서 소망하는 것은
내가 동성애에서 벗어나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하나님을 제대로 믿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더 쉽다는 생각이 드네..
엄마!
엄마가 중학교 때부터 나를 위해 내 잠자리에서 울며 기도했던 기도들 중에
정말 한가지 잊혀 지지 않는 것은,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하리라" 하는 말씀이 정말 잊히지가 않더라고요.
말씀을 배우다 보니까 그 말씀 앞 문단에 이리 쓰여 있는걸 보았어.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하리라” (마태복음 28:20)
내가 그동안 내가 원하던 말씀만 찾아 헤매다가
말씀 공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나도 변화될 수 있다는 걸 소망하게 되면서
엄마에게 제발 기도 좀 해달라고 울먹이던 나를 버리고
내가 엄마를 엄마나 끈질기게 못살게 굴었는지 묵상하게 되는 오늘의 시간이었어요
내가 정말 연약한 내가 이제는 엄마가 내가 잠들 때 이마에 손을 얹고
기도했던 것처럼 나도 이제 엄마를 위해 기도할게요...
더 이상 울지도 울 시간도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편지를 마무리할게요.
1년 후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더 이상 우리 한 여사님께
자식이 동성애자라는 올무를 채워주는 불효를 범치 않는
성숙한 아들이 되겠다고 다짐하며 편지를 마무리할게요.
사랑해요.
내가 지독하게 구는 동안 교회를 떠나지 않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끝까지 기도해준 엄마에게 너무 고마워요♡